가을의 아름다움 (11-17-2013)

 

정확하게 날짜를 계산해 보지는 않았지만 올해는 예년에 비해 캔사스의 가을이 길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다 보니 가을이 다가 온 것을 느낄 새도 없이 겨울을 맞이해야 했던 날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가을을 느끼며 이런 저런 생각들도 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집으로 들어가는 동네 골목에 유난히 나무들이 많다. 그 가로수의 단풍이 그렇게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지 전에는 미처 몰랐다. 붉지만 단지 빨갛다고 하는 한 마디로 잘라 말하기에는 너무 미안할 정도로 다양한 색깔들의 조합을 이루고 여러 계통의 색깔들로 곱게 물든 단풍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창조주 하나님의 놀라운 솜씨에 감탄해 하지 않을 수 가 없었다. 그러다 문득 하나님은 왜 이토록 아름다운 단풍이 꼭 가을에만 들게 만드셨을까?’하는 생각이 이내 마음속 한 구석에 머물러버린다.

나는 사계절이 모두 좋다. 눈 덮인 겨울 풍경도 좋고 봄에는 겨울의 모진 한파를 다 겪고 밖으로 나와 나뭇가지에 붙어있는 파스텔 톤 색깔의 새싹들로부터 받게 되는 감동도 좋다. 그리고 여름에는 짙푸른 색깔의 이파리들로 울창하게 덮여 있는 나무들에게서 왕성한 젊음의 패기를 느끼고 생의 의욕에 도전 받게 되는 것도 좋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싱그러운 여름 나무들을 쳐다보면서는 한 번도 그것들이 아름답다고 감동을 받아 본 적은 없다. 모든 나무가 다 파랗고 모든 나무가 다 힘이 넘쳐 보여 좋기는 하지만 아름다움이 주는 그 강력한 파워는 느낄 수가 없다.

그러나 가을 나무에게서는 역동적인 힘은 찾아볼 수 없지만 여름나무들이 흉내 낼 수 없는 다양한 아름다움이 있다. 이 아름다움은 가을이 되어야만 나타나는 것이고 가을 나무들만이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다.

단풍나무들이 자신을 바라다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름답게 만들고 감동을 주는 것처럼 천국을 소망하며 살아가는 신앙인이라면 인생 가을에는 그렇게 아름다운 색깔들을 낼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젊음을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것은 그들의 건강과 패기 때문인 것이지 인격적인 부분 때문은 아닐 것이다. 아름다운 인격의 성숙은 훈련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나타나지도 않고 제대로 표현할 수 도 없다. 그러기에 진정한 인생의 아름다움은 가을에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여름과 같은 젊음의 때에 누리는 그 힘과 열정 그리고 시간과 에너지들을 어디에 쏟아 붇고 어떻게 훈련해 가느냐에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가을이 단풍으로 아름다운 것처럼 삶의 연륜이 더 깊어져 가는 우리 인생의 가을도 무조건 아름다워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단풍을 바라보며 감동할 수 있듯이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을 보면서 얼마든지 감동을 받는다.

지금은 많은 나뭇잎들이 떨어져 앙상한 가지를 보인다. 아무리 아름다운 것이라도 마냥 그곳에 머무를 수만은 없다. 그러나 나뭇잎들은 한껏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감동을 주다 사라졌으니 충분히 만족해했을 것이다. 후회가 없을 듯하다. 가을은 정말 아름다운 계절이다.